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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을때리는영화/아시아영화

'꽃의 흔적'(花のあと, 2010), 꽃이 진 후

'꽃의 흔적'(花のあと, 2010), 꽃이 진 후

강렬하진 않아도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일본 영화

 

꽃의 흔적(花のあと, 2010)이라는 일본 영화가 있다. 네이버에서는 어느새 '꽃이 진 후'라는

이름으로 바꾸어 놓았는데, 지난 해 처음 포스팅했을 때만 해도 분명 '꽃의 흔적'이었다.

물론 지금도 '꽃의 흔적'이라고 검색어를 입력하면 관련 페이지로 넘어가기는 한다. 지난해 처음

포스팅 했던 이 영화 '꽃의 흔적'에 대한 포스팅을 많은 분들이 보아주었는데,

그만 그 블로그가 날아가버렸다.ㅠ.ㅠ

 

 

 

 

'꽃의 흔적'은 사실 엄밀히 하자면 틀린 해석이다.

花のあと(Hana no ato)라는 것은 사실 '꽃이 진 후'로 번역해야 맞다.

발자국, 흔적으로 번역되는 跡(あと)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나중, 뒤로 해석되는

後(あと)이다. Naver에 최초 등록할 당시 누군가 이런 오류를 범하는 바람에 검색어 자체도

'꽃의 흔적'이 맞는 것으로 잘못되었다. Daum도 마찬가지고 우리나라 포털사이트 일하는 거

보면 참... 나는 포스팅 내내 그냥 '꽃의 흔적'이라고 하겠다.

 

 

 

 

'꽃의 흔적'이 아니더라도 일본 영화를 좋아하는 부류와 그렇지 않은 부류로

나뉘어질 만큼, 사실 일본영화에 대해서는 호불호(好不好)가 매우 심한 편이다.

적지않은 사람들이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게 사실이다. 그나마도 사무라이 같은 액션영화는

그런대로 볼지언정 드라마 류는 특히 더 안보는 편이다. 특히 역사물이라면 더욱 그렇다.

나는 개인적으로 영화에 대해서도 잡식성인 편이라 딱히 선입견이나 편견은 없는 편이다.

오히려 편식을 좀 하기는 한다. 그게 바로 일본영화는 현대극 보다 사극(史劇-しげき)을

주로 더 선호한다는 것이다. 우리와는 비슷한 듯 하면서도 너무나도 극명하게 다른

이웃나라의 고전과 볼거리 그들의 사상을 엿볼 수 있는 것들이 흥미롭다.

과거 학창시절에 동양연극 관련 수업을 들을 때 일본의 '가부키'는 매우 이채로웠다.

 

 

 

▲ 花のあと Official Trailer (2010)

 

오늘 소개할 영화 '꽃의 흔적'은 2010년 작으로 나카니시 켄지 감독이 연출했다.

주연 배우로는 키타가와 케이코(北川景子 きたがわ けいこ)와 미야오 슌타로

(宮尾俊太郎  みやお しゅんたろう) 외에 쿠니무라 준(아버지 역)이 나온다.

쿠니무라 준의 경우 여러 영화에서 낯익게 볼 수 있는 중년배우이다.

 

영화평점: 6.98 ★★★☆☆

 

 

 

▲ 여우주연에 키타가와 케이코(北川景子  きたがわ けいこ)1986.

 

 

 

 

▲ 남우주연은  미야오 슌타로 (宮尾俊太郎 みやお しゅんたろう)1984.

 

 

 

 

영화 '꽃의 흔적'은 결론적으로 말해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일단 아주 지극히 일본스러운

영화라 할 수 있다. 시각적인 부분은 물론이거니와 음악, 미술은 물론 영화에 스며있는 철학과 정서

이 모든 것들이 사무라이 시대의 그 정신을 그대로 담아내고 있다. 우리로 치면 일종의

정통 대하사극 수준쯤 될까? 하지만 이건 역사물이라고 하기엔 로맨스를 담고 있다.

 

 

 

 

하나의 작은 에피소드를 통해 그 시대를 살다간 사무라이의 정신과 정도(正道)를 보여줌으로써

현대를 살고있는 우리에게 메세지를 던지는 그런 영화였고 감독의 의도 또한 이를

적절하게 잘 묘사하여 보여주었다. 어쩌면 오늘날의 헐리우드 영화나 눈부시게 발전하는

한국영화의 기상천외한 소재들이 난무하는 속에 이와같은 영화는 조금도 신선할게 없어 보일 수도

있다. 특히나 일본 사람들 성향상 '리바이벌의 대가'답게 그들은 사극을 매우 좋아하고

이미 만들어진 걸 누군가에 의해 또한번 재탕하고 재해석하는 그런 리바이벌 의식은

알아주어야한다. 작은 것에 특히 애착이 많이 가는 그네들 속성 답다.

 

 

 

 

그러나 '꽃의 흔적'은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오늘날의 빠른 영화흐름 속에서도

마치 정체된듯 자칫 시시콜콜해보일 법한 '뻔한 스토리'를 가지고도 진한 여운을 남겨주기에

충분했다고 본다. 바로 그런 점들을 높이 사는 것이며, 어쩌면 그네들의 문화와 정서를 세계만방에

널리 알리는, 말하자면 '가장 일본다운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라는 그 신념처럼 이런 류의

영화만들기는 계속 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서 가장 백미로 꼽는 장면은 역시도 주인공 남자가 명예를 지키기 위해

갑작스러운 죽음을 택한 이후 여주인공이 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비보를 내면으로

삼키는 장면은 정말 인상적이었다. 어차피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었다고는 하나 여주인공이

가슴으로 곱씹어 삼키며 승화하는 이 장면은 이 영화 '꽃의 흔적'에서 가장 기억에 남을 수

밖에 없었다. 마침 웅대하게 스며나오는 OST선율과 함께 드넓은 겨울 대지와 웅장한 설경으로

덮인 산을 아름답게 보여주며 그 내면의 깊이를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바로 이 장면.

지켜보는 동안 가슴이 저밀 정도의 느낌을 받았다면 몰입했다는 증거다.

 

 

 

 

 

 

 

 

 

 

 

결국 영화는 우리가 젊어 누구에게나 한 사람쯤은 있었을 법한 순애보적 첫사랑을 뒤로

하고 너무도 현실적인 배우자를 만나 살아온 어느 할머니의 젊을적 스토리를 들려주는 형태로

갈무리하는데 이 또한 나름대로 훈훈한 느낌을 전해준다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 시작과 끝 부분 모두 어느 한 할머니의 옛날 이야기로 나레이션 되기 때문이다.

이 영화의 주제곡 또한 매우 괜찮은 노래라고 생각된다.

 

 

▲ 영화 마지막 부분이다. 주제곡과 함께 관전하시길.

 

'꽃의 흔적' 영화에서 또 하나 감성을 슬쩍 건드리는 대목 중에 하나는 아버지와 딸의 관계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영화를 그저 챙챙챙 칼싸움이나 즐기는 오락물에 굶주린 사람들이야 뭐 신경도

안쓰고 넘어가겠지만, 난 개인적으로 이런 대목도 놓치기 싫다. ㅎㅎ

무사집안 다운 면모를 절도있게 보여준다. 일본 사람들 속성이 원래 아무에게나 그리 쉽게

솔직한 감정을 털어놓지 않고 절제하는 모습을 미덕으로 삼는 편인데 아버지와 딸 사이

역시 마찬가지이다. 아버지가 어릴 적 딸아이를 생각하는 대목도 그래서 짠하게

느껴지는 부분이다.

 

 

 

 

 

 

 

 

 

 

사실 일본과 한국이란 나라는 비슷한 부분도 많아 보이지만 보면 볼수록 너무 다르다.

역사적 앙금이 보통 뒤엉킨 사이가 아니다보니 지금도 일본하면 부정적 시각이 앞서는건

일반적인 국민정서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냉정하게 받아들이고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심지어 배워야 할 점이 있다면 배워야 한다고 본다. 그것만이 과거의 우를 또 다시

범하지 않을 방법 중에 하나라고 본다. 일본이란 나라는 막상 가서 체험해 본 결과

분명 우리보다는 확실한 선진국 맞다. 적어도 다른 일개 국가를 지배하려면 자국부터 잘

다스려야 하고 자국부터 모든 시스템과 질서를 갖춰져야 하는게 맞다.

 

어쨌든 오늘은 오랜만에 다시한번 기억에 남던 영화 '꽃의 흔적'을 또디시 포스팅햇다.

기억에 남는 장면 몇 컷 더 올리면 이 영화에 관심가는 분들이라면 한번쯤 감상해보시길 권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