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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을때리는영화/아시아영화

라쇼몽(羅生門),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의 페르소나(Persona) 미후네 토시로

라쇼몽(羅生門),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의 페르소나(Persona) 미후네 토시로

 

일본영화의 거장이자 전설인 구로사와 아키라(Kurosawa Akira)감독의 '라쇼몽'

(羅生門, In The Woods)은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0년도 작품이다. 구로자와 아키라의 첫번째

걸작에 해당하는 '라쇼몽'은 당시 헐리우드 오스카상 후보(미술감독)에 올랐고, 결국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이 명예상을 수상했다. 또 베네치아 영화제 황금사자상과 이탈리아 평론가상까지

거머쥐는 영광을 누렸던 걸작이다. 배우 미후네 토시로(Toshiro Mifune)는 '7인의 사무라이'에도

등장하지만, 일본인 답지 않은 서구적인 마스크로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었던 잘생긴 배우로 한 시대를

풍미했으며 아키라 감독에게 시무라 다카시와 함께 페르소나(Persona)로 잘 알려져 있다.

 

 

 

 

페르소나(Persona)란, 그리스 어원의 ‘가면’을 나타내는 말로 ‘외적 인격’ 또는

‘가면을 쓴 인격’을 뜻하는 말이다. 연극이나 영화에 있어서 인생이라는 연극의 배우인 인간 개인을

가리키는 말로 쓰이기도 했다. 어쨌든, 배우 '미후네 토시로'는 한국의 신성일 처럼 잘 생긴 배우였을 뿐만 

아니라 감정표현이 매우 풍부했던 배우로 기억된다. 진지할 때는 기가 막히게 진지한 사무라이 같은

역활로 나오기도 하지만, 엉뚱할 때는 마치 만화책에 나오는 캐릭터 처럼, 혹은 방송인 노홍철 처럼

희극적인 역활까지 자유자재로 넘나들던 배우이기도 했다.

 

 

 

 

미후네 토시로는 1997년 지병으로 타계했지만, 잘생긴 그가 사무라이 역활로 등장하는

영화 속 등장인물 처럼 개인적으로는 한 때 미친듯이 좋아했던 비디오 게임의 캐릭터도 그의

이미지를 그대로 따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일본에서 국민배우로 대접 받았을 법도 한데

충분히 그러했거나, 아니면 그런 이미지를 선호할 지도 모른다. 바로 대전게임 '소울칼리버2'의 캐릭터 중

하나인 '미츠루기'가 바로 미후네 토시로가 아니었나 그렇게 짐작해 본다. 이 게임을 아는

분들은 공감하시리라 본다. 일반적인 일본인은 그리 생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 '라쇼몽(Rashomon)' 메인 트레일러- (Akira Kurosawa, 1950)

 

 

영화 '라쇼몽'은 요즘 같이 장마가 계속되는 먹구름 낀 우중충한 날에 한번쯤 흑백영화를

감상해 보는 묘미가 있을 줄로 안다.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이 63년 전에 만든 이 영화 '라쇼몽'이

서구사회에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미쳤는지 궁금하다면,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꼭 놓치지 말아야

할 걸작 명화로 꼭 놓치지 않고 챙겨 보아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 '일본 영화라'는 선입견을 먼저 버리돼,

또 일본영화라고 해서 칼날이 번뜩이는 '사무라이 영화'일 것이라는 기대나는 잠시 접어두는 것이

좋을 것이다. '라쇼몽'은 문학적 성격이 강한 작품이다. 한 예로 헐리우드 영화 '유주얼 서스펙트'를

떠올려 본다면 그들에게 '라쇼몽'이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미쳤는지 가늠해 보게 될 것이다.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의 '라쇼몽'의 줄거리는 생각보다 조금 복잡하다. 하지만 조금만

집중하다 보면 어려운게 아니라 재미있게 이야기가 얽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게다가 일본의

독특한 문화를 체험해 보는 묘미도 있다. 잘 알다시피 일본이란 나라는 우리와 가장 인접한 아시아

국가이면서도 우리와는 비슷한 듯 완전히 다른 독특한 섬 문화 양식이 곳곳에 베어있다. 그들의 의상과

헤어스타일, 화장법 등 배경에 흐르는 음악도 그렇고 매우 이색적이다. 그러면서도 이 흑백영화를 보노라면

어느정도 낯 익다는 생각도 들 것이라고 본다. 개인적으로는 일제시대를 벗어나기는 했어도

6.25 전란 이후 서둘러 전후복구를 해야하고 다시 일어서야 하는 시대적 상황 속에서 우리는

여전히 일본문화의 영향 아래 놓여 있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세 명의 여행자가 폭풍우가 치는 날 폐허가 된 절에 모여든다. 나무꾼(시무라 다카시)과

승려(치아키 미노루)와 평민(우에다 기치지로)은 불을 지피고 어떤 이상한 이야기에 대한 궁금증을

함께 풀어낸다. 그리하여 숲에서 만난 한 부부와 도둑에 관한 이야기 속 이야기가 시작된다.

나중에 나무꾼이 남편의 시체를 발견하고 경찰서에서 일어난 일들을 증언한다. 그의 설명에 승려는

겁을 먹고 평민은 재미있어 하는데, 그렇게 하나의 범죄에 관한 각기 다른

네 가지 이야기가 폭풍우 치는 내내 그들을 사로잡고 있다.

 

 

 

 

각기 다른 관점의 회상을 뒤섞은 플롯과 유려한 카메라의 움직임, 그리고 차양을 씌운 듯

촬영한 '라쇼몽'은 의심스러운 여러 가지 관점을 세밀하게 다룬다. 따라서 등장하는 인물과 묘사된

사건의 진실성은 거짓이거나 오도된 것으로서 제시된다. 증거로 제시된 사실은 즉각 의심의 대상이 된다.

남편과 아내와 산적에 관한 서로 겹쳐지는 이야기 사이의 일치하지 않는 점은 간결한 내용을

복잡하게 만든다. 즉 어떤 서술자도 신뢰할 수 없고 영화 전체도 그러하다.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에게 오스카상을 안겨준 이 작품은 인식론적 악몽 그 자체지만

그 결말은 여전히 선이라는 윤리적 가치를 강조한다. '라쇼몽'이 암시적으로 탐색하는 것은 쇄신과

속죄의 상실된 가능성이지만, 선과 악을 구분함으로써 진실을 발견한다는 주제는 친절과 희생

이라는 단순한 행위를 통해 지탱된다. 산적 타조마루(미후네 도시로)의 시점에서는 불한당인 그가

숲길을 가다가 마사코(쿄오 마치코)를 본 후 그녀를 탐하는데 그녀 역시 기꺼이 그를

받아들였고, 그런 다음 그녀의 사무라이 남편 타케히로(모리 마사유키)를

풀어주고 결투를 하다가 그 남편이 죽었다는 것이다.

 

 

 

 

마사코의 관점에서 볼 때 그녀는 강간과 치욕을 당했고 그러자 남편까지 자신을 내쳐

그 분노로 인한 발작 상태에서 자신이 남편을 죽인 것이다. 영매(혼마 후미코)를 통해 말하는

타케히로는 그들의 주장 중 자신이 죽었다는 점만을 인정하고, 아내가 산적 타조마루에 못지 않은

욕정을 보이면서 산적에게 자신을 죽이라고 요구했다고 말한다. 살인을 해서 얻을 것도 없다고 생각한

타조마루는 달아나고 마사코 역시 달아나 버려 혼자 남은 그는 자살을 했다는 것이다.

 

 

 

 

세 사람은 모두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야기했다. 그들의 말대로라면 타조마루는 무자비한

범죄자이며, 마사코는 죄 없는 피해자이며, 타케히로는 명예를 아는 전사다. 나무꾼이 나타나

그늘에 숨어 지켜본 사실을 말하기 전까지는 모두가 사실처럼 보인다. 나무꾼의 이야기에 따르면

아내가 천박한 태도를 보인 것이 사실이고 산적의 허세는 거짓이며 남편은 겁쟁이였다.

 

 

 

 

하지만 평민이 나무꾼도 그 범죄에 연루되어 있음을 지적하자 진실은 더 이상 찾을 수 없는

것이 된다. 구로사와는 이 암울한 이야기를 긍정적으로 마무리한다. 절간의 폐허 아래서 버려진 아기가

발견된다. 고아를 돌보는 것으로 속죄를 하겠다는 나무꾼을 통해 인간의 선이라는 개념을 도입하는

것이다. 이는 기발한 서사구조 속에서 보여준 '라쇼몽'의 분열증을 염두에 둔다면 일관된 결말이다.

구로사와 감독이 만든 첫 번째 걸작으로 베네치아 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라쇼몽
羅生門, In The Woods, 1950

범죄, 드라마, 미스터리
일본
러닝타임:90분

감독:구로사와 아키라

미후네 토시로(Toshiro Mifune), 쿄 마치코(Machiko Kyo),

모리 마사유키(Masayuki Mori), 시무라 다케시(Takashi Shimura),
치아키 미노루(Minoru Chiaki), 우에다 키치지로(Kichijiro Ueda),
혼마 노리코(Noriko Honma)

 

수상

오스카 : Akira Kurosawa(명예상),
오스카 후보 : So Matsuyama, H. Motsumoto(미술감독),
베네치아 영화제 : Akira Kurosawa(황금사자상), Akira Kurosawa(이탈리아 평론가상)

 

 

 

 

 

 

 

 

 

 

 

   

 

 

 

 

 

 

자! 그럼 이제 배우 미후네 토시로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기로 하겠다. 그는 1920년 일본이 아닌

중국 산둥성 칭다오에서 태어났다. 당시는 일본이 제국주의에 미쳐 러시아와 전쟁하고 중국과 전쟁하던

그런 시기였다. 스무살이 되던 1940년에 육군 항공 부대에 입대했는데 우연히 사진 기술을 인정받아

사진부에 배치 되었다고 한다. 그러던중 영화사 '도호'에서 촬영스탭으로 일하는 오오야마 토시하루를 알게

되어 자신도 제대 후엔 그쪽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는 이력서를 넣었는데 엉뚱하게도 이력서는

그가 원했던 촬영부가 아닌 신인 배우 선발 쪽으로 잘못 건네지게 되면서 본의 아니게 영화배우로서의 첫 발을

내딛게 되었다는 에피소드가 유명하다. 그리고는 일본패망 후인 1947년 타니구치 센키치 감독의

데뷔작인 '은령의 끝'(銀嶺の果て)으로 공식 데뷔하게 된다.

 

  

 

 

 

 


이처럼 자신이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방향으로 운명이 바뀌게 돈 미후네 토시로는 

1948년 '주정뱅이 천사'(醉いどれ天使)를 통해서 평생의 인연이 될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을 만난다.
그 뒤로 함께 한 작품들은 들개, 라쇼몽, 7인의 사무라이 등등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의 대표적인 걸작과

더불어 수많은 작품을 함께 작업해 나간다. 1962년엔 미후네 프로덕션(Mifune Productions)이라는 회사를

직접 설립하여, 자신이 투자도 하고, 작품을 만들기도 하였다. 미후네 토시로는 결국 노년에

건강관리를 잘 못해서인지 합병증 등의 지병으로 인해 1997년 사망한다.

 

 

 

 

 

 

미후네 토시로

(토시로 미푸네)

(みふねとしろう, 三船敏郎, Toshiro Mifune)
영화배우

출생:1920년 4월 1일(중국)

사망:1997년 12월 24일
신체:172cm, 73kg
데뷔:1947년 영화 '은령의 끝(銀嶺の果て)'
수상:1965년 베네치아 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
1950년 베네치아 국제영화제 금사자상

 

 

 

 

 

 

 

 

  

 

주요 출연작품

 

1967 일본의 가장 긴 하루(日本のいちばん長い日)
1965 붉은 수염(赤ひげ Red Beard) 베네치아 국제 영화제 남우 주연상, 2번째 수상
1963 천국과 지옥(天国と地獄 High and Low)
1961 요짐보(用心棒 Yojimbo) 베네치아 국제 영화제 남우 주연상, 1번째 수상
1958 숨겨진 요새의 세 악인(隠し砦の三悪人 The Hidden Fortress)
1957 거미의 성(蜘蛛巣城 Throne of Blood)
1954 7인의 사무라이(七人の侍 Seven Samurai) 베네치아 국제 영화제 감독상 수상작
1951 백치(白痴 The Idiot)
1950 라쇼몽(羅生門 Rashomon) 베네치아 국제 영화제 황금 사자상 수상작
1949 들개(野良犬 Stray Dog) 
1948 주정뱅이 천사(醉いどれ天使 Drunken Angel)

 

 

 

 

 

 

 

 

 

 

 

 

 

 

 

구로사와 아키라

(黒澤明 | くろさわあきら | Kurosawa Akira)

영화감독

출생:1910년 3월 23일 (일본)

사망:1998년 9월 6일

신체:182cm

데뷔:1943년 스가타 산지로

수상:1998년 국민영예상
1976년 일본 문화 공로상
1990년 아카데미 특별 공로상
1975년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에 대해서는 다음에 별도로 포스팅 하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