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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을때리는영화/한국영화

영화 '감기'(The Flu), 아쉬움은 남아도 플루엔자에 대한 경각심을 주기에는 충분

영화 '감기'(The Flu)아쉬움은 남아도 플루엔자에 대한

경각심을 주기에는 충분

 

'감기' 영화가 개봉했을 당시 바이러스에 의한 위협이 금세기 최고의 화두가 되고 있는지라

반드시 꼭 보아야 할 영화로 분류했었다. 실제로 2009년 신종플루가 유행할 때도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기도

했었지만, 조류독감이니 뭐니 하는 플루엔자에 의한 위협이 그 어느 때 보다 인류에게 위협이 되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기 때문이다. 영화 '감기'가 흥행시장에서 얼마만큼의 흥행을 기록할지는 그렇다 치더라도

개봉 무렵 때를 같이하여 생전 없던 신종 바이러스와 슈퍼바이러스 등이 계속해서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보도 내용들도 이런 플루엔자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분위기에 편승했었다.

 

 

 

 

'감기'를 결국엔 뒤늦게 보았지만 일단 소재는 2011년 개봉했던 컨테이젼 처럼 비슷하게

전개되는 듯 했다. 홍콩에 집결한 동남아 외국인 노동자들이 한국을 향해 밀항하는 장면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2002년 겨울 무렵이었던가? 홍콩발 조류독감이 처음 발생했을 무렵 그 때는 그냥 '괴질'이라는

말을 썼었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이후 막연한 불안감을 조성할 수 있다고 해서 의학적 전문용어로

'플루엔자'라는 말이 대체된 것으로 안다. 그래서인지 언제나 신종 플루엔자 혹은 조류독감 하면

홍콩을 비롯한 동남아 또는 중국이 최초 발원지의 배경으로 언제나 지목되고 있다.

 

 

 

 

'감기'는 확실히 좋은 소재를 가지고 '분당'이라는 대도시가 완전히 폐쇄조치되는 극한의

상황을 들어 이 자체만으로도 영화적 충격과 흥미요소를 주기에 충분했다. 다만, 등장인물들의

상관관계를 풀어가는데 있어서는 결론적으로 아쉬움을 남긴다. 소방대원으로 등장하는 장혁이 의사

인해역을 맡은 수애와 그 딸(박민하)에 대하여 헌신적인 노력을 아끼지 않는 부분은 전반적으로

'나 하나 살고보자'는 이기심이 팽배하는 분위기 속에서 약간은 너무 억지스럽지 않나하는 생각도

들었던게 사실이다. 영화 '감기'를 보는 내내 사람들이 극도로 혼란을 겪게 되는 이유는

어쩌면 바이러스 보다 '이기심'으로 인한 극한의 공포였을지도 모르겠다.

 

 

 

 

 뭐 어쨌든 그럴 수도 있다치지만, 항체를 가진 베트남 청년 몽싸이가 죽게 되면서 결국 어린

민하가 유일한 희망으로 설정되는 부분은 아무리 영화적 요소이자 설정이라 어쩔 수 없다지만,

신파조의 분위기로 흘러가는 대목은 솔직히 부담스러웠다. 이런 대목은 차라리 '감기'연출을

맡았던 김성수 감독이 전반적으로 영화적 요소보다 다큐적 설정으로 풀어버리는게

더 사실적이고 더 충격적이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운 마음이 생겨난다.

 

 

 

▲ 영화 '감기' 신종플루가 대유행하던 때를 떠올려 보면 충분히 현실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영화 '감기'에서는 또 하나 지적하고 싶은 대목이 대통령 차인표와 그를 둘러싼

거지같은 행정수반, 무능력한 정치인들의 그릇된 행태를 불편한 마음으로 지켜보아야 했던 부분이다. 

차인표는불운(?)하게도 늘 스크린을 통해 제대로 된 효과를 못보는 대표적 배우인데, 그나마 이번

영화 '감기'에서는 비교적 정의로운 젊은 대통령의 모습을 잘 보여준 듯 하다. 다만 그 역시도

주인공이 아닌 특별출연이어서인지 그 정도로 용감한 대통령의 모습을 보여준데 대해

만족해야 할 듯 하다. 그 이상을 바라면 그가 주인공이 되기 때문이다.

 

 

 

 

어쨌든 영화 '감기'는 이런 몇몇 부분들에 대한 아쉬움을 남겨주고는 있지만, 한국영화

사상 유례없는, 바이러스에 의한 국가비상사태를 맞는 상황을 나름대로 잘 그려내는 데에는 일단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이만하면 후한 점수를 줘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또 이러한 

극한의 국가재난선포 상황에서 정부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까지 생각해 보게 만들었다. 더군다나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미국과 같은 나라의 작전통제권을 받아들여야 하는 제한적 요인을

운명적으로 떠안고 있는 독특한 나라이기 때문에 누가 대통령이 된다해도 독단적인 판단과

결정권을 마음대로 행사할 수만은 없다는 지적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더불어 2010년이었던가. 엄청난 양의 돼지가 살처분되던 때를 연상시키는 인간 살처분

장면은 정말 끔찍한 인권상실의 단면을 극명하게 보여주었는데 정말 이런 상황이 닥친다면

저러고도 남겠구나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일각에서는 장차 대규모 질병이 운명처럼 다가올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간혹 들려온다. 그래서 마치 현실에서도 플루엔자 혹은 알 수 없는 질병이

영화 '감기'에서 처럼 대대적으로 발발했을 때의 지옥도는 영화 '감기' 그 이상의 혼돈을

가져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영화 '감기'를 통해 그런 오지말아야 할 재난시국에

대한 예고편을 미리 감상해 두는 것도 나름 의미가 있을 것이라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