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 24시 시즌 8 종료, 잭 바우어와 함께
가슴 뭉클했던 마지막 엔딩씬
미드 24시 시즌 8 마지막편까지 보면서 장장 1개월여 동안 일일 평균 2~3편씩
몰아보던, 미드 24시와 함께 했던 날들이 모두 일단락 되었다. 돌이켜 보면 어떤날은
무려 8~10편씩 한꺼번에 몰아보기도 했을 정도로 엄청난 몰입감과 더불어 매 시즌
매 순간들이 잭 바우어와 함께 긴박하게 흘러갔던 순간들이었다.
미드 24시는 시즌마다 다양한 출연진과 더불어 새로운 등장인물, 새로운 테러의
위협 등으로 갈수록 더욱 더 흥미진진한 재미를 선사했던 드라마였다. 미드 24시가 공전의
히트를 치는 가장 성공적인 드라마로 남을 수 있던 비결은 대통령을 중심으로 미국이란 국가를
테러의 위협으로부터 구해내고자하는 주인공 잭 바우어와 그를 지원하는 CTU의 활약을
다룬 액션에만 머무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만일 그랬다면 너무나 식상하고 뻔한 미국식
영웅주의를 다룬 전형적인 B급 드라마로 전락했을지도 모른다.
미드 24시는 인물간 배신과 갈등이 이어지는 구조 속에 복잡하게 실타래 처럼
엉킨 실마리들을 주인공 잭 바우어와 함께 풀어가는 재미가 있었다. 게다가 그 와중에
속속 드러나게 되는 무서운 정치적 음모, 예측을 빗나가는 반전과 끊임없이 주인공
잭 바우어를 견제하고자 하는 방해세력과 CTU 내 그를 돕는 동료들간의 암투와 정보전이
미드 24시의 관전 포인트였다. 이런 요소들은 분명 과거 첩보영화 등과 구분할 수 있는
IT적 요소와 맞물려 시청자들로 하여금 손에 땀을 쥐도록 만들기 충분했다.
물론 2001년 뉴욕 911 테러 이후 테러에 대한 경각심이 고무되던 시대적 상황과
분위기가 이 드라마의 주요 성공배경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 24 오프닝, 이어지는 멘트는 The Followning Takes Place Between...
더불어 진실을 파헤쳐 가는 묘미 속에 언제나 유력한 증인이나 유일한 증거는
늘 제거 당하기 일쑤였지만, 이처럼 계속되는 배신과 반전은 설령 '내 그럴줄 알았어'라며
순간 분노게이지가 급격히 상승하게 될지라도 이 드라마에서 절대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위력적인 '중독성'을 자랑하기도 했다. 시즌1에서 처음 아내 테리를 잃고 난 뒤에도
영웅 잭 바우어에게는 새로운 사랑이 또다시 찾아오기도 했지만, 결국 마지막 시즌 8이
끝나도록 그는 평범한 사람들이 누리는 가장 기본적인 행복을 누릴 여유도
없었던게 못내 안타깝기만 하다. 그래서였을까.
미드 24시 시즌 8 마지막편은 기대했던 이상으로 가슴뭉클함을 안겨주었다.
전작들과는 다르게 엄청 변화발전된 시스템을 자랑하는 CTU 상황실 화면을 통해 비춰지는
잭 바우어의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미국의 국력을 과시할만한 장비인 무인정찰기
'드론(Drone)'을 통해 보여지는 모습이었다. 하늘 위에 반짝 빛이 보였는데
그게 바로 도심을 24시간 감시하는 무인정찰기 '드론'이다.
하늘을 바라보고 클로이와 마지막 대화를 나누던 잭 바우어의 모습이 담긴
이 마지막 엔딩씬은 무방비 상태였던 나로 하여금 헤비하게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이전 시즌에서도 신분을 속여야 하거나 다른 어느 곳으로 또 도피하며 몸을 숨겨야 했고
심지어 쥐도 새도 모르게 중국으로 납치 당하는 시련을 겪었던 그이기도 했지만,
마지막 시즌이라는걸 알고 보아서였을까.
하늘 위 드론을 통해 화면 가득 클로즈업 된 잭 바우어가 말한다.
"네가 처음 CTU에 왔을 때, 마지막까지 나를 뒤에서 도와주는 사람이 너일 줄은 몰랐어"
라고. 이 대사는 그동안 미드 24시를 꾸준히 보아온 사람에게는 묘한 전율감 마져
느끼게 해주며 순간 가슴뭉클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클로이 없는 잭은 있을 수도 없었고,
또 잭이 없는 한 클로이도 전혀 의미가 없었기 때문이다. 남녀간의 애정관계와 달리
배신자들이 난무하는 속에서 생사를 오가는 가운데 그동안 언제나 변함없이 믿고 따라주며
함께했던 조력자 '클로이'와의 이별을 보여준 이 마지막 엔딩씬은 정말 사랑보다
더 뜨거울수도 있는 깊은 '우정'과 '신뢰'를 보여주는 순간이었다.
국가를 위해 성자와도 같이 완전하게 '자신'을 버린 잭 바우어.
그런 잭 바우어에게 돌아오는 것은 사실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국가와 국민을 위해
무한 헌신할 수 있는 진정한 영웅상을 보여준 키퍼 서덜랜드는 이후에도 영원히
잭 바우어로 길이 기억될거란 생각을 해본다. 후속편으로 시즌 9를 FOX TV가 준비한다는
소식도 들리기는 하지만, 그건 그 때 가봐야 할것 같고 어쨌든 한동안 숨차하는
목소리로 옹알옹알 말하던 잭 바우어를 볼 수 없다고 생각하니 아쉽다.
시즌4에서도 석양 속에 말없이 멀어져가던 잭 바우어의 뒷 모습이 그렇게도
한 없이 멋있어 보였는데, 시즌 8의 마지막 엔딩씬은 그 때와는 또다른 가슴뭉클함으로
그동안 24시와 함께 해온 팬들의 눈시울을 적시며 깊은 아쉬움과 먹먹함,
그리고 서운함을 안겨주지 않았을까 생각해 보게 만든다.
▲ 미드 24시 시즌 8 마지막 엔딩씬
취향과 선호도에 따라 갈리기야 하겠지만, 진정 미드 24시는 반드시 꼭
보아야 할 최고의 드라마라고 생각해 본다. 첩보영화라고도 할 수 있고, 액션영화라고도
할 수 있지만, 정치드라마 이기도 한 24시는 우리나라 정치인들도 골프 치러 갈
시간에 한번 보았으면 싶다. 무엇이 진정한 애국심인지 공부할 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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