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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사는 세상사

해질녘 시골풍경, 조지윈스턴의 피아노곡과 함께

해질녘 시골풍경, 조지윈스턴의 피아노곡과 함께

 

이제 2012년 한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는 동지에 접어들었다.

옛부터 동지섣달이라고 하는 이 때, 한 겨울로 접어든 추위가 제법 매서웠다.

올 겨울은 이상한파가 계속 될 것이라고도 하고 북극의 얼음들이 녹아 그 냉기가 남반구를

향해 계속 남하하는 영향으로 유난히도 추운 겨울이 될거라 한다.

물론, 그런 자연 기후적 요인들이 아니어도 올 겨울은 일반 서민들에게 더없이 추운 겨울로

기억되지 않을까 싶다. 12월 25일. 크리스마스였지만 언젠가 이 맘 때면 즐겨듣던

조지윈스턴(George winston)의 December 앨범에 있던 피아노 곡이 제격인 계절이다.

차가운 풍경과 따듯한 난로만큼이나 온정이 함께할 수 있는 계절. 겨울이다.

 

 

 

▲ George Winston-Thanksgiving.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곡이다.(Play)

 

 

크리스마스에 고향 시골에서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는 시간에 저녁노을도 구경삼아

산보를 나섰다. 이미 땅거미는 짙게 드리워지고 있었지만 저만치 아직 햇살이 남아있는 곳을

향해 걷자니 넘어가는 태양의 마지막 눈부심이, 그렇잖아도 눈이 시릴 정도로 추운

맞바람을 견뎌내는 나로 하여금 얼굴을 더욱 찡그리게 하길래 반대쪽을 무심코 바라보게

되었다. 그런데 이게 뭠뮈? 반대쪽 하늘에 달이 덩그러니 걸려있는 것이었다.

 

 

 

 

 

결국 저런 진풍경을 목격한건데, 이런 장면을 목격한 기억이 흔칠 않아서인지 아니면

보았어도 무심결에 그냥 지나쳐버려서인지 정말 희안하다며 폰카로 찍었다.

해와 달이 함께 마주하고 있는 형상인데 이걸 한 화면에 동시에 담기에는 역부족이었고

(빛조절 문제로), 나눠서 화면에 담아보았다. 거 참 희안한 풍경이구나 했다.

 

 

 

 

줌을 땡겨보니 저렇게 또렷한 달이 큼지막하게 새파란 하늘 위에 걸려있었다.

순간, 내가 사는 이 행성에서는 벌써 수십년을 '달'이라고 하는 저녀석을 바라보면서

살아가고 있구나라는 사실이 새삼스레 정겹게까지 느껴졌다. 물론 이 크나큰 세상, 더 나아가

광활한 우주 공간 안에서도 지구라는 행성에 정착해 살아가고 있는 하잘것 없는 나를 발견하는

기분이었다랄까. 나는 오로지 이 지구라는 별 안에 갇혀 살면서 그냥 그렇게 무언가가

이끌면 이끄는대로, 흘러가면 그냥 흘러가는대로 살아가고 있구나...그렇구나...라는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그리고 땅거미를 짙게 드리우며 넘어가는 저 태양은

또 시속 1,664km/h의 속도로 자전하는 지구가 다시 이 자리로 올 때까지 미국 유럽 등을

비추다 다시 이 자리로 오겠구나하는 그런 시시털털한 생각이 단 1초만에 휭하니

스쳐지나갔다. 허허...참. 이게 내가 살아가는 곳이로구나. 이렇게 또 시간은 흘러가는구나.

참으로 상쾌한 저녁녘의 찬 공기와 함께 문득 깨달음과 발견의 순간을

맛보는 듯 해 기분이 좋았다. 아래는 내친김에 비범할 것은 없어도 그저 평범하기

그지없는 동네풍경이라는 것이 이리 아름다울 수도 있다라는 걸 담아보았다.

이것이 일상의 재발견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역시도 일상과 달리 좀체 자주 찾아오지도

않을 이 찰라와 같은 순간, 보다 고차원적이고 우주적인 생각들이 별똥별 스쳐지나가듯

문득 떠올랐다라는 것이 더 의미있고 중요한 순간이었으리라 생각해보며 마무리한다.

여러분도 올 한 해가 가기 전에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순간을 가져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