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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완토끼 토슬이

숫토끼 키우기, 행운을 안겨다 준 복실이 그러나...

토끼 키우기, 행운을 안겨다 준 복실이 그러나...

 

복실이는 숫토끼이다. 숫토끼 키우기가 얼마나 힘든지 키워본적 없는

분들로서는 잘 모를거라 생각된다. 나 역시 토끼 키우는 방법을 알고 있던 것도

전혀 없었고, 심지어 내가 토끼를 키울거란 생각조차 해본적이 없었다.

그러나 지난해 얼떨결에 태어난 토끼새끼들 중에 암토끼 한 마리를 분양받아

데려왔고 그 아이가 바로 이 블로그에서도 몇차례 소개했던 주인공,

애완토끼 토슬이다. 복실이는 바로 이 아이와 형제다.

 

 

 

 

 

 

 

 

 

지난해 8월15일 무렵(정확한 날짜를 모른다.) 태어난 얘네들은

원래 4마리의 형제였다. 그 중 하나가 태어난지 얼마 안되어 죽고 세마리가

남았었는데 집사람 때문에 한마리 정도는 데려다 키워도 좋겠다 싶어

아무 생각없이 데려온 아이가 토슬이었다. 나중에 당시 찍어두었던 동영상을

보니 나를 쳐다보던 애가 토슬이였고 어미품에 머리를 쿡 박고 있었던 녀석이

아마도 복실이 였던 것으로 추측해본다. 그게 가능한 이유는 이 두녀석만

등에 까뭇한 점이 있었고 눈가에 아이라인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머지 한 마리는 지금 우리가 키우고 있는 복실이와 토슬이의 새끼

'파찌' 처럼 무늬 없이 눈동자만 까만애였다. 나중에 들은 소식이지만

그 아이는 아빠 토끼가 물어죽인걸로 알고 마음이 아팠었다.

 

 

 

 

 

 

 

 

 

 

 

 

어쨌든 숫토끼 복실이 이 녀석은 이 때부터 참 사연 많은 토끼였다.

겨우 살아남아 이제 막 뽀송뽀송 털이 자라던 앙징맞던 그 무렵에 세마리였던

형제 중 토슬이는 나에게로 분양을 왔고 한마리는 애비에게 물려죽고 그리고

살아남았던 애가 복실이였다. 그리고 우리집에 분양와서 온갖 재롱과 맛있는 먹이를

골고루 먹으며 방 하나 침대 하나를 통째로 차지하며 호강하던 토슬이와 달리

혼자 남게된 복실이는 한참 후에 가보았더니 완전 버림받은 아이처럼

꿰죄죄해 있지 않던가. 그무렵이 11월초였다.

 

 

 

 

 

 

 

 

 

 

 

 

이제 얼마 안있으면 추운겨울이 다가올 것이고 그럼 한겨울 추위에

저 어린 녀석이 영양상태는 물론이거니와 열악한 환경에서 어떻게 살까하는 걱정이

앞설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지난해 2013년11월 초에 숫토끼 복실이를 집에

데리고 온 것이다. 그냥 내버려두었더라도 알아서 살아남았을 수도 있었겠지만, 형제인

토슬이가 우리집에서 호사를 누리는 것과 비교하면 발걸음이 쉬이 떨어질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해서 고비를 넘기고 우리집에 온 숫토끼 복실이는

처음으로행운이라면 행운을 누리게 되었다.

 

 

 

 

 

 

 

 

 

 

 

그러나 토끼를 키워본적 없는 우리가 간과한게 있었다.

바로 숫토끼라는 사실이다. 숫토끼 한마리만 키워도 힘들텐데 집에는

암토끼 토슬이가 있었다. 토끼는 생후 3개월만 넘겨도 성토스러운 징후들이 나온다.

처음 그런 징후를 포착했을 때만 해도 지금와서 돌이켜 생각해보면 참 몰라도 너무 몰랐구나

싶은데 실제로 숫토끼 복실이는 형제지간임에도 틈만 나면 토슬이를 덮칠 궁리만 하는

듯 했다. 처음엔 애가 영양상태도 너무 안좋고 해서 씻기고 났을 때 얼마나 불쌍할

정도로 기력이 없었던지 딱하기 그지 없었는데 이내 곧 기운을 차리고 나니

숫토끼의 본성이 마구 뿜어져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집에 처음 데려왔을 때 복실이는 정말 상태가 너무 엉망진창이었다.

때국물에 오줌똥에 범벅이 된데다 살이라고는 하나도 없어서 마른 걸레조각 같았다.

털 자체가 복실복실해서 그렇지 만져보면 정말 상황은 최악이었다. 그래서 따뜻한 물로

조심스럽게 살살 더러워진 부분부터 닦이고 드라이기로 말리기를 몇일에 걸쳐

조심스레 하고 나서야 그나마 겨우 형태를 갖추었다. 지금이야 전혀 안그랬겠지만, 맨 위에

사진에서 처럼 때깔 좋은 토슬이 앞에 정말 복실이는 '거지' 그 자체였다.

노숙자 같은 생활을 청산하고 우리집에 온 것이고 잘 먹이고 따뜻하게 해준 끝에

토끼다운 모습을 갖추며 기력을 회복해 나갔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라 문제는 이제부터 시작이 된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부터 숫토끼 행세를 하기 시작한 것인데 기어이 해를 넘겨

지난 2월12일 토슬이가 새끼를 일곱마리나 낳게 된 것이다. ㅠ.ㅠ

한 순간의 방심으로 설마했는데 그런 일이 기어이 벌어진 것이다. 토끼의 임신기간은

딱 1개월이다. 쉴새없이 추격전을 벌이던 이 두녀석들을 괜챃겠거니 했다가

이런일이 생긴것인데 문제는 이게 끝이 아니었다. 새끼를 낳은지 얼마 안되어 또 임신이

된 것이다. 3월18일 무렵이었는데...와~ 이 땐 정말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멘붕 그 자체였다. 일곱마리의 새끼들을 모두 감당할 자신이 없어 믿을만한 곳에

겨우 분양하기로 약속을 하기가 무섭게 이런 일이 또 벌어졌으니 그때는 정말

눈앞이 캄캄했다. 그리고 새끼가 또다시 7마리가 생겼다. -_-;;

 

 

 

 

 

 

 

 

 

 

 

 

번식의 제왕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숫토끼

복실이는 시도 때도 없이 밥만 먹고 나면 오직 그 생각뿐이다. 그만큼 숫토끼는

발정기간이 매우 빈번하게 온다. 욕구를 참지 못하면 온갖 괴팍한 행동을 다 한다.

스프레이로 체액을 여기저기 뿌려대기도 하고 암토끼를 쫒아가서 올라타려는걸

억지로 떼어내면 사람한테도 달려든다. 화가 난다는 것이다. 토끼만큼 화를 잘내는

동물이 또 있을가? 사람에게 달려들어 공격을 하고 물기까지 한다.

여러번 물렸다. 이게 바로 숫토끼의 본모습인지 아니면 복실이만 이런건지.

결국 모든 새끼들을 골고루 안심할만한 곳에 분양 보내느라 진땀을 뺐다.

키우겠다는 사람만 있다면 거리를 마다않고 데려다 주기까지 했다.

그렇게해서 유일하게 남은 새끼가 지금의 '파찌'다.

 

 

 

 

 

 

 

▲ 다른 곳으로 입양간 반지와 검지는 잘 살고 있을까? -_-;;

 

 

 

 

결과적으로 파찌는 현재 엄마아빠와 함께 살고있는 셈인데

사실 복실이는 얼마전 다시 되돌아왔다. 그때 그 사건 이후 다시 원래있던

곳에 데려다 준지 5개월만이다. 여름내 땡볕에 긴진맥진하고 먹을것도 제대로

못먹어서인지 역시도 또다시 엉망이 되어있었다. 우리집에 있을 때는

토실토실 살도 올라서 진짜 털이 복실복실 하기도 했지만 복스러워 보였던

애가 또다시 그렇게 엉망이 되고나니 더이상 그대로 둘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원래 있던 곳으로 되돌려 보내게 되었던 것도 그동안 두번에 걸쳐

새끼를 14마리나 낳았었고 늘상 그 생각만 하면서 괴팍하고 사나워지는 복실이를

감당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당분간이라는 명목하에 그곳에 되돌려보냈던 것이다.

보내놓고서도 한동안 얼마나 마음에 걸려했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얼마전

태풍이 지나가고 바람이 서늘하게 많이 불던 날, 집사람이 복실이가 또 앞으로

얼마나 추울까 걱정이 되더란다. 그리고는 이내 "다시 데려올까?"라고

물었고 나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러자!"라며 복실이를 다시 데려온 것이다.

그날이 8월15일이었다. 복실이로서는 최고의 생일선물이었을지도 모른다.

데려올 때 토끼장에서 들어올리는데 가벼워진 몸무게에 놀랐다.

 

 

 

 

 

 

 

 

▲ 이곳저곳으로 입양간 1세대 아이들. T.T 잘 살고 있을거라 믿는다.

 

 

 

그리고 다시 되돌아온 복실이는 토슬이가 먼저 알아보았다.

숫토끼 복실이를 데려오는 전제조건은 오직 하나였다. 앞으로 두번다시

토슬이를 임신시키거나 새끼를 낳지 않는다는 조건이었다. 그러나 숫토끼의

그 주체할 수 없는 본성을 어찌 막을 것인가. 이래서 플레이보이지의

마스코트가 토끼가 아니던가. 여담이지만 이미 머물러있던 그곳에서도 4번의

새끼를 낳았었다고 한다. 물론 부주의로 다 죽었다는 안타까운 이야기를 들었지만

어쨌든, 복실이는 그런 존재였다. 지금까지 도합 18마리의 새끼를 이 세상에

내놓은 숫토끼의 위엄을 자랑한다. 그리고 다시 돌아온 이후 첫날부터 연속3일간을

주구장창 쉴 새 없이 먹기만 하더니 이내 기운을 차리기가 무섭게 또다시

버리지 못하는 그 습성을 요즘도 마음껏 뿜어대고 있다.

 

 

 

 

 

 

 

▲ 복실이는 쇼파 위를 달리면서 뒷발로 벽차기를 즐겨한다. 기분 좋을 때다.

 

 

 

 

 

고민 끝에 몇일전에는 도저히 안되겠다며 동물병원을 예약해

다녀왔다. 토끼 중성화 수술을 시키기로 결심한 것이다. 차에 태우고 한참을

달려 정말 안전하게 잘 할 수 있는 곳을 달려갔지만, 동물병원 원장님과 상담끝에

내가 내린 결론은 "중성화수술 시키지 말자"였다. 변덕이 아니라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니다"였다. 위험성보다도 인간으로서 할짓이 아니라는 생각이 앞섰다.

자연이 원래 그러한 것이거늘 인간의 기준대로 불편하다 해서 그리 한다라는 것이

정말 아니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차라리 조금 내가 번거롭고 불편하더라도 좀 더 주의를

기울이고 신경을 쓰고 말 일이지 엄한 동물한테 칼을 들이대는 일 자체가 천벌을

받을 짓 같았다. 딴에는 사람들은 스트레스 받는 숫토끼를 위해서라도

중성화수술 시켜주는게 좋다고는 하지만, 그건 합리화로 들린다.

 

 

 

 

 

 

 

 

 

 

 

 

입장을 반대로 바꾸어놓고 생각해보자. 의지와 상관없이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본능적인 행동으로 누군가가 불편하다해서 아무렇지도 않게 메스를

댄다는 게 참 인간으로서 못할 짓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게 그렇게도 싫다면 차라리

처음부터 아예 키우지 말아야 했을 일이다. 제 편안하자고 그러는 것을 그래놓고

토끼를 위한 것이라고 말하는 인간의 이기심이란게 참 생트집스럽다.

 

 

 

 

 

 

 

 

 

 

▲ 친한 척 옆에 와서는 킁킁대다가 깨물고 도망가는 숫토끼 복실이

 

 

 

 

 

어쨌든 그렇게 해서 복실이는 이번에도 또다시 거듭 위기를

모면하고 넘기게 되었다. 가만 보면 볼수록 이 녀석 불운한것 같으면서도

참 복이 많다. 그래서 복실이일까? 복실이라는 이름은 내가 지어주었지만, 촌스러운듯

하면서도 굉장히 정감가는 이름이다. 동물병원 갔을 때 사람들은 다들 키티니

뽀삐니 미미니 하는 다양한 이름들을 짓나 본데 접수를 받던 간호사 언니도 애기이름을

물었다가 "복실이요~!"라는 말에 순간 풉! 하고 웃음이 나왔던가 보다. 촌스럽기는 하다.

하지만 그래서인지 더더욱 숫토끼 복실이에게 정이 많이 간다. 병원을 다녀오더니

주변에서 미친듯이 짖어대던 개들 때문에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았던 모양이다.

어쩌면 속으로 또다시 버려진다고 두려워했을지도 모른다.

 

걱정마라 녀석아! 아무리 속 썩이고 사고쳐도 다시는 너 안버린다.

그저 건강하게 자라려무나.

 

다음에도 기회될 때 복실이와 토슬이 그리고 파찌 이 세마리의

토끼가족 이야기를 또 들려드리기로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