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대일] 마동석 주연의 20번째 김기덕 감독 연출작, 베니스영화제 개막작 선정
영화 '일대일'은 김기덕 감독의 20번째 연출작이다. 강렬한 카리스마를 가진
배우 마동석이 주연으로 나온 이 영화는 뭐랄까. 딱 한 마디로 '재미있는 영화' 혹은
'볼만한 영화' 이런식의 수식어를 달기가 참 애매한 그런 영화다. 으례 김기덕 감독의 작품이
늘 그래왔듯이 이번 작품도 강한 여운과 함께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그런 독특한
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 때문에 김기덕 감독의 '일대일'이 이번 제 71회 베니스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되었다는 낭보와 함께 이 영화를 보려하는 일반대중들은 단단히 마음의
준비라도 해두어야 할지도 모른다. 최소한 '김기덕' 감독의 작품세계가 어떤지
정도는 사전에 알고 덤벼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영화를 좀 좋아한다라고 하는 나 역시도 포스터와 예고편만 보고는
상투적인 일말의 흥미를 기대했던겐지, 영화를 다 보고 난 이후의 느낌은 그냥 좀
씁쓰름한 맛이 먼저 다가왔다. '이웃사람' 이후 많은 대중들이 주목하는 연기자 마동석
특유의 확끈함과 거친 맛은 아주 잘 살아있기는 한데, '일대일'에서는 왠지 일반대중이
익히 알고 기대하던 그런 느낌들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이런걸 보면서 역시나 그 어떤 배우라 해도 김기덕표 필름에 들어간 이상에는
영락없이 '김기덕'식 배우로 재생산 된다는 느낌을 받았다. 초창기 김감독의 작품엔 현재
KBS대하드라마 '정도전'에서 열연중인 조재현이 많이 나왔지만, 이후 많은 스타급 배우들이
그의 작품에 출연하기를 자청해왔고, 한 때 '해안선'에 출연했던 장동건 마져도 김감독이
엮어놓은 생산라인(?)을 통해 김감독식 브랜드를 달고 스크린에서 재탄생 되는걸 우리는
왕왕 확인할 수 있었다. 때문에 배우 마동석 역시도 마찬가지였다고 할 수 있겠다.
분명 마동석식 연기이기는 한데 역시 부인할 수 없다.
영화 '일대일'은 '복수극'이다. '복수'하면 '박찬욱'감독인데, 김기덕 감독의
이 복수극은 참 많이 다르다. 대중이 원하는 대로 복수하고 악을 응징하는 그런 뻔한
이야기만을 담지는 않았다. 김기덕 감독의 작품이란게 대부분 고정적 틀을 완전히 깨는
독특한 연출세계가 있기 때문에 두시간이라는 상영시간 내내 어느정도 뭔가 다른 의도,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수수께끼 같은 많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남긴채 끝난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그 질문처럼 말이다.
작가주의적 영화가 대접을 제대로 받는 제71회 베니스영화제에 '일대일'이
초청받은 것은 어쨌든 반길만한 소식이다. 그만큼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잘 통하는
김기덕 감독은 2012년 '피에타' 이후 2013년 '뫼비우스'에 이어 올해까지 벌써 세번째로
베니스영화제에 초청된 셈이다. 그리고 오는 8월27일부터 9월6일까지 진행되는
영화제 기간 중 개막작으로 초대를 받았다라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 '일대일' 예고편(도입부)-어느 날 여고생이 살해된다.
영화 '일대일'은 마치 소극장에서 연극을 보는 듯한 느낌이 내내 들었다.
배우 마동석이야 워낙 스크린에서 잘 알려진 영화배우이지만, 그 외에 상당수 배우들은
연극배우이거나 신인인 경우가 많아 얼굴들이 생소하다. 특히 이 영화에서 1인 8역을
연기한 배우가 있었으니 그는 바로 연극배우 출신 '김영민'이다.
빤듯하게 생긴 이 배우는 수도 없이 배역을 바꾸며 계속 출연하는데
그 이유가 더 궁금하다. 짙은 쌍꺼플에 입술 언저리가 실룩이며 감정연기하는 모습이
어찌보면 마치 배우 정보석씨를 보는 듯 했다. 영화가 아직 상영중이라 스토리 이야기는
하지 않겠지만, 마지막 엔딩씬은 참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 구지 꼭 그래야하나 싶은
생각이 강하게 남는다. 아마 내 기억이 맞다면, 배우 마동석이 나오는 모든 영화를
다 통털어 보아도 미국에서 이종격투기선수를 조련하던 그가 그렇게 빨래터에
널부러진 빨래조각 처럼 흠씬 두들겨 맞는건 처음본 것 같다. -_-;;
그리고 이미 알고 있었지만, 배우 마동석의 유창한 영어실력도 이 영화를
통해 검증해 볼 수 있다. 잡아먹을 듯 부리부리한 눈매가 매력포인트인 배우 마동석은
어쨌든 세계적인 감독 김기덕 감독의 스무번째 영화 '일대일'을 통해 주연배우로서의 확실한
입지를, 또 제71회 베니스영화제 개막작으로 초청되어 세계인이 보는 그 자리에서 명실상부 당당한
주연배우로 우뚝 서게되는 쾌거와 영광을 동시에 누리게 되었다. 아마도 그가 영화배우로서의
인생을 살고자 고집한 이후 최고의 감격적인 순간이 아닐까 한다. 일면식이라도 있다면
소주 한잔 거하게 한번 쏘고 싶을 정도로 내가 다 기쁘다.
연못 속의 미꾸라지가 건강하고 튼튼하게 꿈틀대며 살게하기 위해서는 가물치
한마리를 집어넣어주는게 좋다라는 영화 '일대일'에서의 대사가 떠오른다. 과연 그런 자연
생태계의 순리 처럼 인간사는 세상 역시도 구지 꼭 그러해야 할까하는 의문을 갖게된다. 물론 그런
소리는 위정자 혹은 권력을 손에 쥔 자들의 비겁한 자기합리화이겠지만, 그래서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질서를 잡고자 했고 응징하고자 했던 오늘의 이 모든 행동들은 정당화 될 수 있을까하는
또다른 의문이 꼬리를 물게 되는 영화. 그게 바로 김기덕 감독의 '일대일'이다.
▲ 김기덕 감독의 20번째 영화 '일대일' 메인 예고편-제71회 베니스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되었다.
요즘 '세월호 참사'를 기점으로 온갖 사회악, 적폐, 부조리함들이 일거에 쏟아져 나오며
대한민국을 뒤흔들고 있다. 그리고 지방선거를 통해 또 한번 믿어달라며 넙죽이는 정치인들의
뻔뻔한 면상을 보노라면 토악질이 다 나오는데, 바로 이런 시기에 영화 '일대일'은 꼭 한번
볼만한 그런 영화란 생각이 든다. 왜 배우 마동석이 그렇게 빨래조각 처럼 두들겨 맞아야 하는지
김기덕 감독은 어떤 의도에서 이렇게 연출했는지 아직 공식적인 입장은 내놓지 않았지만, 나름대로
많은 생각을 하게끔 만들었다. 아직도 그 이유에 대해 생각중이지만, 나중에 생각이
정리되면 베니스영화제 개막 이후 다시 한번 이 이야기를 언급해볼까 한다.
그리고 끝으로 영화 '일대일'에서 배우 마동석이 보여준 오늘의 이 연기는 참 매우
좋았다라고 인정해주고 싶다. 아직 '일대일'을 안보신 분들, 김기덕 감독의 작품이라면 무조건
본다해서 이미 보신 분들 말고 뭔가 다른 영화, 정형화된 틀을 벗어나는 문제작(이른바 비주류)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꼭 한번 보시기 바란다. 그리고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가
무엇인지 곰곰히 생각해 보시기 바란다. 개인적으로는 일단 아직까지도 여진이 느껴진다.
일대일
ONE ON ONE, 2014
한국
상영시간:122분
개봉:2014년5월22일
감독:김기덕
출연
마동석(그림자리더), 김영민(오현), 이이경(그림자1), 조동인(그림자2),
테오(그림자3), 안지혜(그림자4), 조재룡(그림자5),김중기(그림자6),
주희중(정이세),최귀화(오지하),황건(오정태),유연수(진호성),손종학(변오구),
임화영(지혜),박보영(납치여고생),박소담(다방오양)
특별출연:김종구(군인장성),이은우(오지하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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