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덕화의 무르익은 연기가 돋보였던 영화 '명장'(投名狀, The Warlords, 2007)
'명장'은 중국과 홍콩이 합작해 만든 2007년도 작품으로 첨밀밀, 금지옥엽의 진가신 감독과
엽위민이 공동감독했던 영화다. '명장'에는 과거 90년대 홍콩영화가 아시아를 주름잡던 시절, 대표적인
간판급 스타였던 영화배우 삼인방이 나온다. 바로 대표적인 무예고수 이연걸과 유덕화 그리고 참 잘생긴 배우
금성무까지 이 세명의 주인공이 시종일관 전체 스토리를 끌고 나가는 그런 영화였다. 중국어 제목은 원래
'투명장(投名狀)'이지만 한국에서는 그냥 '명장'이라는 제목으로 개봉되었다. 영화 '명장'은 1860년대
중국 청나라의 '태평천국의 난' 시기를 배경으로 실제 일어났던 역사적 사건을 극화한 영화로 2008년 홍콩
금상장에서 작품상 등 8개 부문을 수상했다. 세 배우 모두의 연기가 좋았지만, 개인적으로 2000년대
들어 나이먹을 수록 무르익어 가는 유덕화의 연기에 주목하게 되었던 영화로 기억한다.
중국영화 혹은 홍콩영화들은 대게 편견이나 선입견이 따르기 마련이다. 명장도 그랬다.
지금이야 한국영화가 워낙 눈부시게 발전한 나머지 헐리우드 친구들과 어깨를 부댖길 수준까지
올라왔지만, 그래도 90년대는 분명 극장에 걸리는 영화의 절반은 홍콩영화나 다름없었을 정도로 중화권
영화가 막강한 파워를 자랑하던 그런 시절이 있었다. 때문에 워낙 많은 영화들이 국내로 유입되다
보니, 작품성이 형편없는 것도 많았고, 오로지 당시 유행대로 '홍콩 르와르'가 판을 치던
분위기에 맞추어 르와르 영화가 난립하면서 싸구려 총질이 난무하던 영화가 수두룩 했다.
아마도 주윤발의 '영웅본색' 이후 그 모양이 된 듯 한데, 중화권 특유의 시비걸고 싸우는 듯한
발성법과 이유불문 총질부터 해대는 스타일에 아예 질려버린 사람들도 많았다. 때문에 홍콩영화나 중국
영화에 대한 안좋은 인식이 어지간히도 오래 박혀 있었고, 그래서 영화 '명장'이 개봉할 무렵에도 사람들은
다른 중화권 영화와 마찬가지로 조심스러운 마음이 먼저 앞서는게 당연했다. 게다가 쿵푸 영화나
무협물은 어찌나 '뻥'이 심하던지 거기에 질려버리는 사람들도 많았기에 이런 선입견은 어쩌면 너무도
당연스레 따라붙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명장'은 2000년대 부쩍 달라진 중국영화들과 맥을 같이 할 정도로
잘 만들어진 수작이었다. 칭찬을 좀 하자면 '명장'은 '명작(名作)'이라 말해 줄만 했다는 것이다.
▲ '명장'(投名狀), Warlords - Official Trailer [HD]
'명장'은 초반 액션부터 엄청난 스케일과 더불어 혀를 내두를 정도로 특유의 액션씬, 대규모
전투씬으로 시작된다. 이연걸 역시도 이젠 나이들어 그 때만 못하지만, 그래도 펄펄 나는 액션을 소화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었다. 무엇보다 '명장'은 액션영화에 국한되는, 지금껏 보아 온 그런 류의 중국영화가
더 이상 아니었다는 것이다. 나름대로 드라마적 요소와 각각의 인물간 내면의 심리변화에 대한 묘사는 물론이고,
전반적으로 탄탄한 구성을 갖추고 전개되는 내용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아무래도 무간도 시리즈를 제작하기도 했던 진가신 감독 답게 화려한 볼거리 못지않은 탄탄한
내용을 구성하는 데에도 노력을 아끼지 않은 흔적이 역력했다. 특히, 배우들의 연기에 있어서도 액션배우
이연걸의 연기는 당혹스러울만큼 예전과 다르게 깊이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그의 내면 연기는 지금껏
보아 온 액션 히어로 이연걸이 아니다 싶을 정도였으니, 이 영화 '명장'에서 중국을 대표적인 중화영웅
삼인방 배우가 얼마나 좋은 연기를 보여주었는지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들 중에 오늘 이야기하려는 배우는 바로 유덕화다.
유덕화는 '명장' 이전에도 2007년 '삼국지-용의부활' 편에서 조자룡 역활로 멋지게
등장했었다. 유덕화는 과거 90년대 '천장지구'로 확실하게 그의 이름을 알리기도 했는데, 유덕화의 영화를
처음 극장에서 만난건 아마도 1988년작 '열혈남아'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 서대문 화양극장에서
상영할 때 얼떨껼에 보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렇게 잘 나가던 홍콩영화는 1997년 7월1일부로 홍콩이 영국에서 중국으로 반환되는
일대 사건을 겪으며 큰 변화를 겪게 된다. 수많은 홍콩배우들이 미국 등 다른 자본주의 국가로 대거
이적하게 되면서 홍콩의 영화인들은 세계 곳곳으로 뿔뿔이 흩어졌고, 남아있던 영화인들도 한동안 오랜
침체기를 겪을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2000년대로 넘어오면서 결국은 한 뿌리나 마찬가지인
중국인으로 남고자 하는 분위를 서서히 받아들이게 된다.
유덕화도 마찬가지였는데 2003년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가 개봉했던 그 무렵에 한국을
방문했던 유덕화가 이 영화를 매우 충격적으로 받아들였다는 기사 내용을 보았던 기억이 난다. 몇번을 보고
또 보았을 정도로 '올드보이'에 심취했던 그가 이후로 많은 영화에서 이전과는 다른 변화를 보여준 것을 기억한다.
시대적 상황 때문이기도 했지만, 언제까지고 젊은 시절 잘생긴 터푸가이 이미지로 계속해서 연기자 생활을
할 수는 없다는 자기발견에서 기인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보다는 영화인의 한 사람으로서, 그것도 이제는
더 이상 홍콩영화배우도 아닌, 원래 자신의 태생 자체가 어쩔 수 없는 대륙인이었기에 정체성을 깨닫고
보다 나은 미래를 바라보며 어릴적 꿈이었던 진정한 영화인으로 거듭나고자 하지 않았을까 짐작해 본다.
어쨌든 유덕화는 그렇게 90년대 천장지구 영화에서 보았던 더 이상의 터푸가이로 머물지만은 않았다.
그러고 싶어도 더 이상 그럴 수 없었을 것이고 '무간도' 이후 나이를 먹을 수록, 그의 연기는 점점 깊어만 가는
중후한 내면연기에 무게를 두게 된다. 그리고 아마도 장예모 감독의 '연인' 이후 본격적으로 시대극에도
출연한 것으로 아는데, 2007년 '삼국지-용의 부활' 이후 영화 '명장'에서 그의 농후하게 무르익은 연기가 결실을
보게 되지 않았나 짐작해 본다. 유덕화는 영화 '명장'에서 더이상 어린날의 총잡이, 터푸가이가 아닌
진짜 연기자로서 도적무리의 우두머리 조이호로 등장한다. 이연걸, 금성무와 함께 팽팽한 연기대결이라도
펼치듯 유덕화는 그렇게 무르익은 연기를 유감없이 발휘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명장
投名狀, The Warlords, 2007
중국, 홍콩
상영시간:126분
개봉:2008년1월31
감독:진가신, 엽위민
출연
이연걸(李連杰 Jet Li-방청운), 유덕화(ndy Lau-조이호),
금성무(Takeshi Kaneshiro-강오양),
서정뢰,위종만,고보명
줄거리
19세기 중엽, 청나라 조정은 부패했고, 백성들은 굶주렸다. 결국 백성들은 반란을 일으키고,
태평천국의 난이 발생한다. 14년 동안의 기나긴 내전 동안 전투와 굶주림으로 7천만 명의 사람들은 죽음을
맞게 된다. 기독교 사상을 모태하고 있는 농민 주축의 태평반란군과의 싸움에 패하고 홀로 살아 남게 된
청나라 장군 방청운. 은신하던 방청운은 조정의 군량을 탈취하는 도적단과 만나게 된다. 자신의 여인을 구하기
위해 살인을 하고 지금은 도적의 우두머리가 된 조이호와 자신을 키워준 조이호에게 깊은 충성심 갖고 있는
칼잡이 강오양. 싸움을 지켜보던 방청운은 강오양의 목숨을 살려준 것을 계기로 마을에 머물게 되고
그 곳에서 한 여인, 연생을 다시 만나게 된다. 길 위에서 만나 하룻밤을 보냈던 연생은 다름 아닌 조이호의
여인이었다. 앞으로 일어날 그들의 운명을 생각할 틈도 없이 탈취 된 군량을 도로 압수하러 온 ‘괴’군에게 먹을
것을 모두 빼앗긴 마을사람들은 다시 굶주림과 도탄에 빠진다. 방청운은 조이호에게 마을의 평화를 위해
청나라 군대에 입대를 할 것을 권하고, 그의 진심을 증명하기 위해 방청운, 조이호, 강오양 셋은 의형제를 맺게
된다. 무고한 사람을 살인하여 그 피로서 형제애를 나누는 의식을 거행하고 청조의 허락과 지원을 받은
세 의형제는 전쟁터로 나가게 되면서 이들의 운명은 크게 엇갈리기 시작한다. 늘 함께 하자고 피로서 맹세했던
세 의형제. 전쟁에서 승리한 이후 혼란한 세상의 영웅이 되고 싶었던 세 남자의 운명이 어떻게
엇갈리게 되는지를 지켜보는 것이이 영화 '명장'의 관전 포인트가 되겠다.
여담이지만, 과거 치욕스러운 조선의 역사중에 '병자호란(丙子胡亂)'이 있었다.
영화 '명장'은 청나라의 국운이 쇄락하는 시기에 일어난 '태평천국의 난'을 다루는 영화였지만, 한창
기세등등했던 명청 교체기에 영화에서 보는 것과 같은 대단한 위세로 달려 내려와 한 반도를 말발굽 아래
호령했던 그 나라가 바로 청나라이다. 병신같은 임금 인조가 남한산성에서 버티다가 결국엔 굴욕의
삼배구고두례(三拜九敲頭禮)를 당한 역사적 사건이 되새겨지기도 한 영화였다. 하기사 아무리 떼놈이라지만
저 정도 기세로 밀고 내려오면 625때 인해전술은 아무것도 아닌 셈이다. ㅠ.ㅠ 625 때 인해전술의 중공군도
알고보면 만주 연변 일대에 흩어져 살던 조선족이었다고 한다. 역시도 중화민족은 역사적으로
이이제이(以夷制夷) 전술을 즐겨 쓰는 족속들이기는 하다.
유덕화
(류더화 | 劉德華 | 刘德华 | Andy Lau)
영화배우
출생:1961년 9월 27일(중국)
신체:174cm, 63kg
가족:배우자 주리첸, 딸 류샹후이
데뷔:1981년 TVB 탤런트
수상:2012년 제31회 홍콩금상장영화제 남우주연상
유덕화(중국어: 劉德華, 영어: Andy LAU Tak Wah, 류더화, 1961년 9월 27일 ~ )는
홍콩의 영화배우, 영화제작자, 영화연출가, 가수이다. 출생지는 원래
중화인민공화국 광둥 성 장먼 시 신후이 구이다.
游龍戲鳳 라스트 프로포즈 2009
三國.見龍卸甲 삼국지 - 용의 부활 2008
墨攻 묵공 2006
無間道Ⅲ之終極無間 무간도3 : 종극무간 2003
老鼠愛上貓 고양이를 사랑해 2003
金雞 금색의 닭 2002
無間道 무간도 2002
衛斯理之藍血人 웨스리의 청해인 2002
嚦咕嚦咕新年財 릭코릭코 신년재 2002
愛君如夢 애군유몽 2001
풀 타임 킬러
阿虎 아호 2000
孤男寡女 고남과여 2000
決戰紫禁之巔 결전 2000
黑馬王子 흑마 왕자 1999
愛情夢幻號 애정 몽환호 1999
龍在邊緣 용재변연 1999
暗戰 암전 1999
龍在江湖 용재강호 1998
黑金 흑금 1997
天地雄心 천지웅심 1997
1/2次同床 천장지구 완결 1996
新上海灘 신 상해탄 1996
천방지축
적인걸 : 측천무후의 비밀
정고전가 1991
무림지존
하일복성 1985
유덕화의 도망자
화소도
파이터 블루
열화전차
연인
법외정
전신전설
아비정전 1990
열혈남아 1988
'영혼을때리는영화 > 전쟁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론 서바이버(Lone Survivor), 실화 '레드윙 작전'을 소재로 한 레알 전쟁 영화 감상후기 (0) | 2014.03.16 |
---|---|
에너미 앳 더 게이트(Enemy At The Gates), 스탈린그라드 전투의 영웅 바실리 자이체프를 다룬 영화 (0) | 2013.09.03 |
블랙호크다운(Black Hawk Down), 소말리아 모가디슈 전투를 그린 실화에 근거한 영화 (0) | 2013.08.12 |
진주만(Pearl Harbor), 히로시마 원폭투하 이후 숙명적 방사능 재앙을 맞은 일본 (0) | 2013.08.09 |
에너미 라인스(Behind Enemy Lines, 2001)에서도 빛나던 진 핵크만 특유의 연기 (0) | 2013.07.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