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그때 그 사람들' 속 기억나는 노래, 김추자의 '거짓말이야'
'그때 그 사람들' 영화는 임상수 감독이 '바람난 가족'을 연출한 이후 새로운 시도를 했던
영화로 기억한다. 정치풍자극으로 블랙코미디 쟝르에 속하지만, 사실 '그때 그 사람들'은 개봉 직후 여러
논란에 휩쌓이며 흥행을 하기도 전에 문제작으로 낙점되는 시련을 겪어야 했다. 이 영화가 그 처럼
픽션과 논픽션 사이에서 논쟁거리로 지목된 데에는, 정치풍자극이라 해도 상징 수준에 머물며 확실한
논픽션으로 갔어야 했는데, 실제 당시 자료화면이나 다름없는 다큐영상까지 가미되어 개봉전부터
숱한 논란 속에 故人에 대한 명예훼손 등의 여지에 승복하게 되었고, 결국 영화는
이 부분에 대한 3분 50초 분량을 삭제한 채 개봉되었다.
'그때 그 사람들'이 연일 정치적 이슈와 더불어 논쟁의 핵심이 되는데에는 직접적인 관계자들도
있었다. 바로 대표적인 사례가 故 박정희 전 대통령의 아들 박지만씨의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이 바로 그랬다.
때문에 영화는 그 3분50초 분량이 검은 화면으로 처리되었고, 실명의 배역명이 모두 수정되기도 했다.
법원의 가처분 결정에 의해 영화 장면이 삭제된 것은 그때가 처음이다. 이 영화를 만든 임상수 감독과
스탭들은 결국 한국 영화사에서 그런 족적을 남긴 그때 그 사람들이 된 것이다. ^^*
어쨌든, 영화 '그때 그 사람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름 꽤 잘 만든 영화였고 오랫동안
여러사람들의 기억속에 남아있다. 분명 문제작이기는 했지만 화제작은 아니었으며, 실제로 이 영화에
대해 찬사를 하는 사람들도 많기는 하지만 흥행작은 아니었다. 그리고 '그때 그 사람들' 영화 속 기억에 남는
장면 중 하나는 심수봉을 상징하는 김윤아 외에 여대생으로 출연했던 조은지가 불렀던 노래,
바로 김추자의 '거짓말이야'란 곡이다.
▲ 김추자의 '거짓말이야'(1971)
'그때 그 사람들'에서 다루고 있는 소재는 1979년에 일어난 역사적 사건인 10.26 사건이다.
바로 박정희 대통령이 김재규 중앙정보부장 손에 시해당한 초유의 사건이 일어났던 것이다. 그 당시 나는
초등학생이었지만, 그 기억이 너무나 선하다. 박 대통령은 당시 유신을 만들었고 그는 일국의 왕이나
다름 없는 존재였기에 더더욱 그러했을지도 모른다. 스산한 늦가을로 깊어가던 그날의 기억들이
비록 어린 나이였음에도 그렇듯 선명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저녁 뉴스시간에 흑백티비를 통해 보도되는
상황재연 장면들과 긴박한 보도 내용들이 또렷하게 기억에 남아있다.
그리고 근 30년의 세월이 흘러 그 이야기가 영화로 만들어졌을 때 정말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지 무척 궁금했었다. 영화로 만들어졌다는 자체도 신선하지만, 그 내용을 다루는데 있어 그 어떤
미화(美化)적 요소도 곁들여지지 않은 데다가 블랙코미디라는 요소까지 가미해 풍자로 비틀어냈으니
그 사건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이들이 분명 유쾌할리가 없었을 것이다.
문득 라디오에서 이 노래를 오랫만에 다시 들으며 오늘 이 영화 생각이 다시금 떠올랐다.
언제고 이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한번쯤 포스팅하려 했는데, 갑작스레 들려온 김추자의 '거짓말이야' 때문에
이제서야 이 영화 이야기를 하게 된 듯 하다. 김추자씨는 1951년생으로 1969년 '늦기전에'라는 곡으로 데뷔하여
'전설의 디바'로 통할 정도로 한 시대를 강렬하게 풍미했던 여가수로 화자되고 있는 가수이다.
▲ 김추자의 데뷔곡 '늦기전에'(1969)
불후의 명곡에 소개가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의외로 그 시절 추억의 가수나 그룹사운드 중에는
이처럼 21세기인 지금, 바로 2000년대에 다시 들어도 신선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괜찮은 곡들이
의외로 많다. 또 김추자 하면 떠오르는 유명곡 중에 '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와 '커피한잔'등의
유명곡이 매우 많다. 영화 '그때 그 사람들'을 다시금 떠올린 노래가 심수봉의 '그때 그 사람들'이 아니라
김추자의 '거짓말이야'라는 것도 참 의외일 것이다. 그러나 오히려 70년대의 향수는 바로
김추자의 '거짓말이야'가 훨씬 더 농후하게 잘 녹아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때 그사람들
The President's Last Bang, 2004
한국
상영시간:102분
개봉: 2005년2월3일
감독:임상수
출연
한석규(주 과장), 백윤식(김 부장),
송재호(대통령 각하), 김응수(빠스껫볼),조상건(만찬장 집사, 심상효),
권병길( 양 실장), 정원중(차 실장), 조은지(여대생 조씨),김윤아(만찬장 초청손님),
정종준(참모총장), 김상호(주과장 부하 장원태)
수상
제25회 영평상 10대영화상(임상수)
제41회 백상예술대상 작품상
제7회 필리핀 시네마닐라영화제 최우수작품상(Lino Brocka Award)
제58회 칸국제영화제 감독주간(The Directors' Fortnight) 초청
▲ 영화 '그때 그 사람들'의 한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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