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대박 한국영화 속 사회갈등과 어두운 사회상 담겨
2013년 한국영화는 그 어느 때보다 푸짐한 흥행잔치가 이어지고 있다.
영화 '설국열차', '더 테러 라이브', '숨바꼭질', '감기'가 바로 그 주인공인데, 이들 영화는 올 여름
극장가를 강타하며 연일 흥행몰이를 하고 있다. 그러나 이 영화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결국
어두운 한국사회의 단면을 공통적으로 담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먼저 현재 900만 관객을 유치하며
흥행1위를 달리는 '설국열차'만 해도 깊은 사회갈등이 영화 전반에 진하게 스며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물론, 한국사회에만 국한된 것이 아닌 인류전체의 역사와 현재를 모두 담고 있기는 하지만
영화 자체가 한국영화이다 보니 한 시대를 반영하는 골자가 담겨있는 셈이다.
원래 영화는 예전부터 그렇게 사회를 담는 창 역활을 해왔다. 전쟁으로 세상이 온통
폐허가 되었을 때는 코미디 영화들이 주류를 차지했고 비교적 경제적 번영을 누릴 때는 슬픈
멜로영화가 두드러졌던 점들만 돌아봐도 영화를 통해 시대상이 반영될 수 밖에 없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근래 들어서는 이들 영화 처럼 좀 더 디테일하게 사회 전반에 깔려있는 대중심리마져 포괄하여
보여주고 있는 듯 하다. 설국열차 외에 '더 테러 라이브'도 결국은 사회갈등이 강하게 담겨있고 '숨바꼭질'
또한 집 없는 빈민층의 사회적 분노와 공격성이 담겨있다. 또 신종플루나 구제역파동으로 사회적 충격을
겪었던 일들 처럼 '감기'는 요즘 창궐하는 크고 작은 전염병에 대한 두려움과 더불어 난관을
만났을 때 전 사회적으로 표출되는 계층간 갈등구조를 그려내고 있다.
이들 흥행영화들로 인해 8월 한국영화 시장은 사상 처음으로 2,000만 관객 시대를
열었다며 반길만도 한데, 담겨있는 영화내용을 이처럼 자세히 살펴보노라면 씁쓸함이 앞선다.
이들 영화들은 공통적으로 사회에 대한 불만과 불안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설국열차'는 892만명,
'더 테러 라이브'는 547만명, '숨바꼭질'은 444만명, '감기'는 283만 명으로 도합 2000만 명의
관객들이 이렇게 한국의 어두운 사회상을 담은 '어두운 영화'들에 공감한 셈이 된다.
영화는 TV로 보는 드라마와 달리 관객이 능동적으로 구매하는 콘텐츠로 일방적이기
보다는 관객의 주관적 판단에 의해 선택을 하기 때문에 표현의 제약도 적을 뿐 아니라 영화를 보면
대중이 생각하고 원하는것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올해 개봉했던 한국영화흥행들 중에 흥행 순위
10위 안에 드는 영화들을 살펴보면 연초에 상영되었던 '7번방의 선물'’과 '박수건달'을 제외하면 모두가
스릴러물이거나 액션이 있는 누아르 성향이 대세였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그만큼 2013년 한국영화는
가족단위로 볼 수 있는 영화보다 무겁고 어두운 소재를 주로 다루었다는게 특징이다.
관계자들도 영화를 제작할 때는 아무래도 관객들이 공감하는 소재를 선택하는 것이
기본이라고 말하는데, 이와같은 현상들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작금의 한국사회가 어둡고
불안하며 내면 가득 욕구불만과 사회적 분노와 갈등과 젊은이들의 절망스러운 심경이 만연해 있다는
이야기가 되기도 한다. 영화도 상업적으로 흥행을 보아야 하기 때문에 관객이 과연 공감할 수 있겠느냐를
철두철미하게 따져야 하는 만큼, 이런 이야기들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는 것이다. 그만큼 이런 영화들을
통해 한국사회가 얼마나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지, 도저히 해결 기미도 보이지는 않는
첩첩한 상황에 처해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언론에 소개된 이와 관련한 이야기를 한 구절 옮겨보자면, 한국영화에서 그려지고 있는
시대분위기란 것이 정말 이 정도까지 악화되어있나 싶은 생각이 든다. 이게 다 계층 간 소통의 부재가
만연한 한국 사회의 분위기이다. 이를 두고 성균관대 사회학과 김석호 교수의 해석은 이렇다.
“요즘 잘사는 사람과 못사는 사람들은 서로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
사회 이동에 대한 대중의 기대치도 낮아 패배의식이 팽배해 있다. 그런데 ‘숨바꼭질’이나
‘설국열차’에서 보듯 영화에서는 폭력적이나 폭발적인 방식으로 해결을 한다.”
신분 상승에 대한 절망감은 수치로 확인된다. 통계청의 전국 성인 대상 설문조사에서 ‘다음 세대에서
계층 상승이 가능하다고 보느냐’는 물음에 “가능성이 낮다”는 응답은 1999년 11.1%에서 2011년 42.7%로
치솟았다고 한다. 이에 대해 김홍중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노동과 계급의 문제가 사회적 공간으로 나오지
못하고 문화적 영역에서 소비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문제를 법적, 제도적으로 해결하지 않고
상상 속에서만 해결하는 방식으로 가고 있지 않은지 우려된다. 정치권과 엘리트 계층이
영화에 표현된 대중의 심리를 유심히 관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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