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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을때리는영화/최신영화 감상후기

캡틴 필립스(Captain Phillips) 보고 생각나는 한국의 캡틴 석해균 선장

캡틴 필립스(Captain Phillips) 보고 생각나는 한국의 캡틴 석해균 선장

 

 

얼마전 영화 '캡틴 필립스'를 보았다. 헐리우드 최고의 배우로 손꼽히는 톰 행크스 주연의

영화로 소말리아 해적과의 해상 대치를 그린 이 영화는 지난해 10월 개봉했던 영화다. 영화를 보는

내내 알아볼 수 있는 배우라고는 오직 톰 행크스 밖에 없었는데, 시종일관 화면을 가득 메우며

퀭한 눈빛으로 해골처럼 바싹 마른 얼굴의 소말리아 해적들만이 사실감을 더해주었다. 그리고 영화를

보면서 동시에 떠오르는 사건은 지난 2011년 이 무렵 소말리아에서 해적들에게 납치된 한국의 캡틴

석해균 선장이었다. 당시 정말 이런 상황이었을까 싶었는데 어쨌든 캡틴 필립스를 보면

우리가 막연하게 상상밖에 할 수 없는 해적과의 조우라는 것이 어떤건지 실감난다.

 

 

 

 

 

 

 

 

캡틴 필립스에 대해 이런저런 자료를 찾다보니 배우 톰 행크스가 이 영화를 연출했던

폴 그린그래스(Paul Greengrass)감독 등과 인터뷰하는 영상을 보았는데 실제로 이 영화에서

소말리아 해적으로 등장한 '무세'역의 바크하드 암디(Barkhad Abdi)라는 사람과 나머지 일행이 진짜

소말리아  출신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그들이 진짜 해적은 아니었겠지만, 아덴만 작전에서

체포되어 압송되어 국내로 호송된 그들과 어째 인상이 비슷해 보였다.

 

 

 

 

 

 

 

 

 

 

영화에서도 나오지만, 소말리아 해적들은 어쩌면 단순히 가난한 어부일지도 모르지만

우리가 지구반대 편에 있는 아프리카 국가들의 복잡한 역사와 그 나라만의 독특한 상황들을

이해할 수 없는 이상 그들은 언제까지나 그저 그렇게 해적일 수 밖에 없고 그들이 가지고 있는

알 수 없는 사연들이라는 것도 어디까지나 그들만의 이야기에 불과할 듯 하다.

 

 

 

 

▲ 영화 '캡틴 필립스' 메인 예고편. 상황에 대처할 줄 아는 캡틴의 모든 것을 이 영화는 잘 그려냈다.

 

 

 

 

 

 

 

 

 

2011년 삼호 주얼리호가 아덴만 해상에서 소말리아 해적들에게 납치되었을 당시 기적적으로

우리해군 UDT가 석해균 선장을 구해냈던 작전명은 아덴만 여명작전이라고 하는데, 영화 캡틴 필립스를

보면 당시 해군 관계자들이 뉴스 등을 통해 보도했던 것처럼 그렇게 작전이 호락호락하지만도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캡틴 필립스에서도 세계 최고의 특공대라고 하는 미국의

네이비씰 특공대가 섣불리 와자자장 그렇게 돌격 앞으로 하지는 않았다. 매우 신중했다. 혹시라도 있을

불상사를 대비했고, 서두르지 않고 인내심을 가지고 끈질기게 따라 붙을 뿐이었다.

 

자! 그럼 당시 우리나라는 어떤 분위기였을까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이 대목에서 한국의 캡틴 석해균 선장을 구할 당시의 상황과 구하고 난 뒤의 여론, 그리고

해외반응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좀 가관이다. 뭐 예상했겠지만 일단 여론은 입방아 찢는 일부터

시작하는거야 당연했을 것이고, 정치권에서는 높은 님네들의 비위 맞추느라 이만저만 하부조직을

닥달해대지 않았을까, 뭐 안봐도 불보듯 뻔해 보였다. 그리고 지상파 뿐 아니라 모든 언론은 마치 기함의

함포문을 열고 미친듯이 포를 쏘듯 이 사건을 대서특필했었다.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는 압박이야

당연했을 터인데, 언론에서는 경쟁이라도 하듯 기가 막힌 다큐멘타리 처럼 너무도 뻔한 언론플레이를

보면서 이 상황을, 누구는 죽게 생겼는데, 님네들은 정권홍보용으로 쓰는구나 라는 인상을 매우

강하게 받았었다. 다른 경우긴 하지만 일본어선이나 중국어선이랑 충돌할 때도

이렇게 한번 큰 목소리 내보던가 그러시지 말이다.

 

 

 

 

 

 

 

 

 

당시 위에 계신 님네들 때문에 분명 군을 다그쳤을 것이 뻔하고 당시 기억으로도 상황은

여론을 의식해서라도 매우 서두르는 듯한 인상이 강했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결국 석해균 선장은

총상을 여러발 맞고 기적적으로 구출되었으나, 멋지게 아덴만 여명 작전을 수행했던 이들과

관계자들이 자축 분위기에 빠져있을 때 뒷통수 때리는 보도자료가 올라오기도 했었다.

작전성공을 기념하던 기념사진도 말이 많았지만 아래 사진을 보면 더 기가차고 황당하다.

아군 총알이 석해균 선장의 몸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이건 뭠믜??? ⊙.⊙.

 

 

 

 

 

 

 

 

영화 캡틴 필립스는 아무리 영화라고는 하지만 뭔가 달랐다는 인상이 든다.

캡틴 필립스도 실화에 근거한 영화이기는 하지만 비슷한 무렵 발생했던 소말리아 해적

피랍사건을 두고 영화 보도자료를 비교하는게 무리는 있지만, 최대한 사실주의적

관점에서 톰 행크스라는 배우를 통해 보여지는 영화를 보다보면 이런 비교되는 생각이

영화를 보는 내내 계속 꼬리를 물듯 따라다닐 수 밖에 없었다.

 

 

 

 

 

 

 

  

 

 

 

 

당시 아덴만 작전에 관계되었던 군 관계자 분들에게는 명예에 먹칠을 하는 이야기가

될지 모르겠지만, 일단 정치꾼들의 사리사욕과 입신양명에 놀아나는 분위기만큼은 이만저만

속이 불편한게 아니다. 우리나라 언론이라는게 뭐 진작에 굶주린 하이에나떼 새끼들 같은 것들이지만,

진실 보도 쪽 보다는 정부의 대변인 배달의기수를 찍기라도 하는양 호들갑 떨며 나대던 모습은 지금도

역겨움이 밀려온다. 석해균 선장이 살아 돌아왔기에 망정이지 불상사가 나기라도 했다면 죽는사람만

불쌍한 것이다. 당시 해외 외신들 반응도 한국의 이런 성급한 태도에 호의적이지는 않았다.

 

 

 

 

 

 

 

 

 

 

결국 석해균 선장은 퇴원 직후 청와대까지 가서 MB로부터 국민훈장 동백장을 수여받는 영광을

누리기는 했으나 그를 둘러싼 정부와 위정자들 그리고 제비새끼들처럼 입신양명(立身揚名)에 목말라 하는

족속들의 승리로 돌아갔다는 생각을 해본다. 어쨌든 이미 다 지나간 일이니까 앞으로 조심하면 되는

일이고 다시는 이와같은 위험천만한 불상사가 두번 다시 일어나지 않으면 그만일 뿐이지만,

한동안 잊고 있던 아덴만에서의 소말리아 해적 사건이 캡틴 필립스를 통해 다시 한번

재조명되었기에 그 느낌은 좀 남달랐다고 본다.

 

 

 

 

 

 

 

 

 

 

명배우 톰 행크스의 연기야 두말하면 잔소리지만, 목소리에서부터 예의 신뢰감이

느껴지는 그의 침착한 연기 그리고 상황에 제대로 대처하는 순발력과 위급한 상황에서도 선원들을

지켜야 한다는 선장으로서의 막중한 책임감 등이 느껴졌는데, 여기서 참된 직업 윤리의식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게 했다. 대한민국은 지금 직업윤리고 뭐고 전부 상실의 시대를 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한 정치인의 인척이 비리를 저지르고도 털어 먼지 안나는 사람 있겠느냐며 항변을

하나본데 누군가의 댓글 처럼 '長'이라 함은 털어도 먼지나지 말라고 올라간 자리라는 말이 새삼 크게

와닿는다. 원양어선을 타던 배를 타는 사람들은 언제나 예기치 않은 위험에 노출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거대한 배를 움직이고 책임지는 선장은 무엇보다 선원들의 안전을 책임지며 목표를 향해 나아갈

뿐이다. 정치인들 처럼 위급한 상황에서도 오로지 자신의 명분만을 따지지는 않는 것이 진짜 선장이고

일개국가의 지도자로서 존경받아 마땅한 자리에 있는 사람 또한 캡틴 필립스 같은 선장의

리더쉽과 직업윤리의식을 본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다시금 해보게 된다.

 

 

 

 

 

 

 

 

 

 

 

톰 행크스 주연의 캡틴 필립스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인만큼 진짜 소말리아

출신의 배우들과 더불어 과장됨 없이 있는 그대로의 상황재연을 통해 많은 것들을 깨닫게 해준 그런

영화라 평가할 수 있겠다. 오랜만에 90년대 영화를 주름잡던 배우 톰 행크스의 화려하지는

않지만, 담담하게 비중있는 연기를 볼 수 있어 좋았다. 이 영화를 연출한 감독은 그린존(2010), 

본 얼티메이텀(2007), 플라이트 93(2006), 본 슈프리머시(2004) 등을 연출한

폴 그린그래스(Paul Greengrass) 감독이다.

 

 

 

 

 

 

  

 

 

 

 

 

캡틴 필립스
Captain Phillips, 2013
미국
상영시간:134분
개봉:2013년10월23일

감독:폴 그린그래스(Paul Greengrass)

 

출연

 

톰 행크스(Tom Hanks-리차드 필립스), 바크하드 암디(Barkhad Abdi-무세),
바크하드 암디라만(Barkhad Abdirahman-빌라이),파이살 아메드(Faysal Ahmed-나지),

마핫 M.알리(Mahat M. Ali-엘미) 크리스 멀키(is Mulkey-존 크로넌),

마이클 체너스(Michael Chernus-쉐인 머피)

 

 

 

 

▲ 캡틴 필립스 예고편. 석해균 선장과 소말리아 해적 소탕의 아덴만 작전이 떠올랐다.